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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편>중세부터 20세기까지 인테리어

이상품 2024. 5. 28. 13:26

중세시대에 '샹브로chambre, 뜻의 프랑스어'는 집의 다양한 방들을 구분하지 않는 용어였다.

15세기의 그림들을 보면 허리에 여러 열쇠를 차고 다니는 안주인들이 많이 나온다. 도시의 커다란 집에서, 귀중품 상자와 비싼 소유물을 보관하는 방은 사람이 없을 때 열쇠로 잠가두었다. 바로 그 방에 침대가 놓여 있었지만, 여기는 잠자는 생활 외에도 온갖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족들은 방에서 일을 하고, 불 옆에 식탁에  저녁을 차리고 먹었으며, 커다란 나무통을 가져다가 목욕을 하기도 했다. 침대가 있는 방은 집에서 가장 좋은 장소였으나, 방이라는 공간은 잠을 자거나 혼자있고 싶을 때만 쓰이는 개인적인 공간이 된 것은 훨씬 나중에 생겨났다. 

19세기를 넘어 20세기까지 되어서야 사람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놀라운 소설 제목대로,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었다.

 

1. 중세의 거대한 침대들

 

  1층은 식량 저장고와 병사들의 숙소였다.

2층에는 커다란 홀이 있고, 3층은 여주의 방, 4층에는 아이들과 하인들, 게스트 손님들이 쓰는 방이었다.

농민들은 단칸방에서 온 식구가 함께 잤다. 왕도 편민과 다를 바 없이 짚으로 만든 매트리스 위에서 잤지만, 나머지 침구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귀족들은 시트와 깃털로 속을 채운 이불을 사용하고, 가난한 평민들은 낡은 누더기 이불을 짚 매트 바로 위에 덮어 사용했다. 침대 틀은 처음에는 나무로 가장자리를 짜고, 침구를 올려놓는 곳은 판자를 끼워 맞추어서 간단하게 만들었다.

 

2. 침실 문을 닫다

 

  귀족들은 모범으로 따라가고자 18세기의 프티 부르주아들은 살롱을 갖고 싶어했다. 이때부터 낮 동안 활동과 사교계 모임에 쓰이는 살롱이라는 공간이 생겨났고, 집주인들은 방문객들에게 침실을 개방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침실에는 유행에 따라 살롱에 어울리지 않는 장롱이나 다른 수납 가구들이 놓였고, 구경꾼도 없기 때문에 장식하는 일도 줄었다. 세로 장식이 새겨진 기둥에 천개가 달린 예전의 대형 침대들은 사라졌다. 침대들은 좁고 낮아졌으며, 방도 늘어나 각각의 방에 따로 놓이게 되었다. 최고 부유층의 집에서는 사람마다 개인 침실을 썼다. 침대는 벽 한가운데에 머리맡만 벽면에 닿게 놓였다. 이런 새로운 배치에 하녀들은 침대를 돌리지 않고도 침대 정리를 하기 쉬워했다. 또한 두 사람이 함께 침대를 사용할 때에도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각자 침대의 다른 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었다.

 

3. 공동 거실에서 침대를 치우다

 

  서민계층은 아직 신성한 개인 침실을 쓰기엔 역부족이었다. 1920~1930년에 가서야 가족 모두가 쓰는 거실에 침대를 없앴고, 그 무렵에야 비로소 여유가 생기는 대로 침실에 돈을 들였다. 침실은 심지어는 비가 올 때에도, 결코 아이들이 놀아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침실의 등장은 생활수준의 향상을 보여주는 증거이고, 덕분에 가족들은 언제나 함께 생활하던 공동 거실에서 자유를 얻었다. 이런 변화 가운데, 부모와 자식들 사이의 거리도 멀어졌으며, 수줍음이라는 감정이 발전하면서 개인들 사이에 거리를 두었다. 또한 도시의 유행을 따라가고 세련된 부르주아들을 좆아 부부가 한 침대를 쓰고 자녀들은 따로 침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4.각자에게 침대를

 

  침실은 예전엔 정성들여 장식하던 공간이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 점차 그 중요성을 잃어갔다. 내부에서 침실은 최소한 규모로 축소되었다. 이제 오로지 잠만 자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한편 '베드타운'이라는 말이 등장했으며 이 단어만 봐도 현대의 주택이 전통적 집의 기능과 얼마나 먼지  알 수 있다.

시골에서는 위생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주거 집에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농부들은 새로운 침실들을 들여놓는 것까지는 동의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편의상 어린 자녀들은 여전히 부모와 같이 잤다. 커다란 방에 여러 개의 침대를 놓았으며, 겨울밤이면 불을 활활 피워서 따뜻하게 침대에 잠들었다. 1960년대에는 청소년의 방은 감히 들어갈 수 없는 방이 되었다. 벽에는 배우나 스포츠 스타 포스터를 붙였고, 침대 옆, 코지라고 불리는 작은 가구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던 심야 프로그램을 듯기 위해 라디오를 놓았다.